🌿 감정 에세이 Ep.1
자책이 습관이 되어버린 나를 꺼내는 법
– 나의 마음을 마주하는 글
오늘도 나는, 또 나를 탓했다.
무언가 틀어졌을 때,
일이 예상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누군가의 말에 마음이 살짝 기울었을 때—
그 누구도 내게
“그건 네 탓이야”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나는
조용히, 아주 익숙한 듯
나 자신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겨눈다.
"내가 더 신경 썼어야 했나..."
"괜히 그 말 꺼내서 분위기를 흐린 건 아닐까..."
"어떻게 보면 결국 내 책임일지도 모르지..."
머릿속은 쉴 틈이 없다.
되돌릴 수 없는 장면을
반복 재생하는 습관처럼,
나는 자꾸 나를 몰아세운다.
그렇게 자책은 하루의 마침표가 된다.
회사에서는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다.
모든 것을 빠르게 캐치하고,
상황을 부드럽게 정리할 줄 알며,
상대방이 말하지 않아도 먼저 알아채주는 사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실수 없는 사람.
사람들 사이에서 문제를 만들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는 늘, 나를 조이고 살았다.
그래서였을까.
누가 내게 불편함을 드러내면
그 감정의 화살표는 곧장 내게 향했다.
‘내가 뭔가 잘못했겠지’
‘내가 말 실수했나 봐’
‘내가 덜 노력했구나’
이런 생각들은 마치 반사 신경처럼
생각보다 더 빠르고, 더 깊게 나를 찔렀다.
그리고,
그 찔림은 자주 ‘자책’이라는 이름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자책이 미움에서 비롯된 건 아니라는 걸.
그건 사실,
잘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시작된 감정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았고,
누군가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 손으로 망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인데—
그 다정한 마음이
나를 다그치는 칼날이 되었다는 사실이
문득, 서글퍼졌다.
우리는 때로
자책을 ‘겸손’이라 착각한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걸
성숙한 책임감이라 여긴다.
하지만 진짜 책임감은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데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지키고, 돌아보고,
다음의 선택을 더 현명하게 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자책은,
내 마음을 지치게 한다.
자기 돌봄은,
내 마음을 회복시킨다.
그래서 나는
하루의 끝에서 나 자신에게
이 말을 건네보기로 했다.
“그래도 넌 오늘 잘했어.”
모든 걸 완벽히 해내지 못했을지라도,
오늘 하루를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나에게
토닥이는 한 문장이 필요했다.
내가 나에게 먼저 다정해지는 일.
그건 아주 사소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회복의 시작이다.
자책이라는 어두운 회로에서
나를 꺼내는 첫 걸음.
누구보다 나에게
가장 다정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해보는 저녁.
오늘 그 다짐이,
나를 구했다.
자책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사실은 더 다정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 다정함을
이제는 나 자신에게도 나눠보자.
오늘 하루,
그토록 애썼던 나에게
고맙다는 말 한 마디라도
진심으로 건네보자.
감정 에세이 시리즈 – 나의 마음을 마주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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